경마어 연구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마어가 일반어휘로 어휘화 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그 반대로 일반어휘가 경마어화 되어 쓰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배당(配當)’을 볼 수 있다. ‘배당’은 ‘알맞게 벼르거나 별러서 줌, 또는 그 액(額)이나 양’을 말해서 ‘시간 배당’과 같이 말한다.

또는 경제용어로 ‘주식회사가 이익금을 주주에게 몫몫이 나누어주는 일’을 말한다. 배당은 일정하게 나누어주는 것을 말하는데 주식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말의 성적에 따라 배분 받는 돈’을 의미하여 경마어화 하고 있다.

두건(頭巾) 백기(白旗) 황기(黃旗) 별표(別表) 감량(減量) 장외(場外) 고착(錮着) 반구(半球) 부조(扶助) 신장(伸張) 추돌(追突) 상보(常步)

이들 한자어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일반어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용어가 대부분이지만 경마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어휘들도 있다. 경마 관련 단일 일상어의 많은 예 중 몇 개만 예를 들어 두건, 백기, 황기, 별표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두건’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머리에 쓰는 쓰개인데 경마어에서는 특별한 말의 머리에 쓰는 쓰개를 의미한다. ‘백기’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흰 빛깔의 기로 비유적으로 전쟁에서 항복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마어에서는 발주의 성립여부 표시를 의미한다.

‘황기’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누런 빛깔의 기인데 경마어에서는 경주 시작을 알림을 의미한다. ‘별표’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별 모양의 특별한 표인데 경마어에서는 마명 앞에서는 수입마를, 기수명 앞에서는 견습기수임을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조(扶助)’는 도와주는 것으로 잔칫집이나 상가에 물건이나 돈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경마관련 전문어로 말에게 의사전달이나 지시를 내리기 위하여 기승자가 행하는 신호나 수단 즉, 기승자의 다리, 손, 음성, 체중, 채찍, 박차 및 앉은자리위치 등으로 이것들을 이용하여 말의 움직임을 통제 조절하는 것으로, 부조에는 기승자의 신체 각 부분이나 육성을 이용하는 자연부조와 채찍, 박차 등을 이용하는 인위부조가 있다.

‘상보(常步)’의 사전적 의미는 승마대가 가장 더딘 속도로 행진하는 보도로 말의 거는법을 말하며, 경마에서도 이와 의미가 같은 평보를 의미한다. ‘신장(伸張)’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길게 늘임인데 경마어에서는 평상 보폭보다 더 길게 내딛는 보폭을 의미한다.

‘반구(半球)’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지구를 두 쪽으로 나눈 한 부분인데 경마어에서는 적도를 중심으로 지구를 나눠 말의 나이 계산에 사용됨을 의미한다.

‘추돌(追突)’의 일반 사전적 의미는 쫓아가서 뒤에서 부딪침인데 경마어에서는 뒷발굽이 앞발에 부딪치는 것을 의미한다. 경마관련어의 특성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반 사전적 의미를 근간으로 하여 경마관련 특수 의미를 부가하여 말 관련 어휘로 특수화하고 있다.

경마어는 사전의 일반적 의미에 경마관련 특수의미를 특수화하여 경마관련어로 의미가 고정된다. 특수화는 일반화와 마찬가지로 의미변화에서 한 단어의 내적구조의 변화에 의하여 넓은 범위의 일반적 의미에서 경마관련으로 적용상의 축소를 경험한 경우이다.

일반어가 경마어로 의미가 축소되어 특수화될 때는 경마어에서만 사용되는 의미가 부여되어 특수하게 쓰이는 것이다. 즉 백기나 황기는 처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백색과 황색 깃발이었지만 발주 성립여부와 경주 시작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언어적 약속을 성립시킨 것이다. 일반어가 경마관련어로 특수화되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경마어 =일반 사전 의미 + 경마관련 특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