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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3. 현대 국어의 경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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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경마어의 일반어휘화

경마 영역에서만 쓰이던 어휘가 그 쓰임의 폭이 확대되어 다른 영역의 일상적인 어휘로 널리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쓰임을 보이는 어휘를 경마어의 일반어화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일반어화는 한 단어의 의미가 내적 구조의 변화에 의해 적용상의 확대를 경험한 경우이다.

단어의 형태 변화는 없으면서 의미의 변화만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어떤 언어든지 그 어휘부는 음운부나 통사부와는 달리 외래적 요소에 의해 오염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국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사적으로 중국과의 긴밀한 문화적 접촉 과정을 통해 문자의 차용과 어휘의 도입이 다량으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단순한 어휘의 도입뿐만 아니라 고유어와 한자어의 경쟁관계를 통해 기존의 고유어들이 한자어로 대치되기까지 하였다.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경마어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경마어의 대부분이 한자어들이며 역사적으로 예전에는 고유어가 사용되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한자어로 대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낙마(落馬) 하마(下馬) 마력(馬力) 출마(出馬) 행마(行馬) 애마(愛馬) 야생마(野生馬) 독주(獨走) 박차(拍車) 경마(競馬) 마권(馬券) 승마(乘馬) 승마(勝馬) 구보(驅步) 배당(配當) 기수(騎手) 안장(鞍裝)

이들 어휘는 어휘소 내부에 말 관련어인 ‘마(馬)’자가 이미 포함되어 있어서, 말 관련어 임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예로는 ‘경마, 승마, 마력, 하마’등이 있다. 그러나 일부 어휘는 말에서 연유되었거나 경마를 연상하게 하는 용어로 말 관련어가 쓰임이 확장 되었거나 변화되어 일반어화 되었는데 ‘낙마, 배당, 독주’등이 있다.

예를 들면 ‘낙마(落馬)’는 타고 있던 말에서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경마에서 낙마란 경주 중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말하며 낙마 후 경주를 계속하려면 낙마관련 규정에 따라야 한다. 즉 낙마한 지점에서 보조자의 도움 없이 재기승하여 완주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낙마의 의미가 전이되어 선거에서 후보자가 중도하차 하거나 어떤 직위 등에서 밀려나거나 상실 된 것을 비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낙마의 고배를 마시다’라는 용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마’는 말에서 내리는 것을 말하여 예전에는 집 앞이나 관청의 앞에 ‘하마비(下馬碑)’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마비는 왕조 때, 말을 탄 사람이 그 앞을 지나갈 때에는 누구나 말에서 내리라는 글을 새겨 세운 비석이다. 대궐이나 종묘 앞 같은 데 세웠는데, 한자로 ‘대소인원 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라 새겼다.

‘하마’나 ‘하마비’는 본래의 의미인 말에서 내리다의 의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하마’의 의미가 변화되어 ‘하마평(下馬評)’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하마평’은 관직의 인사이동이나 관직에 임명될 후보자에 관하여 세상 에 떠도는 풍설(風說)을 말한다.

사실 하마평도 예전에는 관리들을 태워 가지고 온 마부들이 상전들이 말에서 내려 관아에 들어가 일을 보는 사이에 상전들에 대하여 서로 평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그 의미가 변화되어 ‘새 정부 구성을 앞두 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와 같이 쓰이고 있다.

‘출마(出馬)’의 경우도 ‘말을 타고 나감’이 본래의 의미인데 오늘날은 ‘선거에 입후보함’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무소속 출마, 출마 포기,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결심했다. ’와 같은 용례로 널리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어떤 일에 나서다’의 의미로 쓰이기까지 한다.

‘애마(愛馬)’는 ‘아끼고 사랑하는 말’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애마를 체어맨으로 바꿨다. ’라고 하여 자동차를 ‘애마’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애마’가 아끼고 사랑하는 말이 아니라 ‘아끼고 사랑하는 자동차’로 의미가 전용된 것이다.

‘행마(行馬)’는 ‘바둑, 장기, 쌍륙 따위에서 말을 쓰는 것’또는 ‘바둑에서, 세력을 펴서 돌을 놓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행마법을 잘 익혀야 바둑의 실력이 향상된다. 행마를 정확히 하니까 세력이 확장되었다. ’와 같이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바둑이나 장기에서만 행마라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고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행위의 움직임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시는 3~4일 버스를 타고 미시간과 오하이오주를 내달렸다. 접전 지역인 이 두 주에서 유권자 속으로 바짝 다가가기 위한 행마다. ’라고 하여 ‘행위의 움직임’을 ‘행마’에 비유하고 있다.

‘야생마(野生馬)’는 ‘야생하는 말. 야생적인 성질을 가진 말’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길들여지지 않은 거친 말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거칠다는 의미에 초점을 두어 비유적으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운동선수를 표현할 때 ‘박은선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다. 야생마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간 이상훈. ’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독주(獨走)’는 출주 취소 등으로 경주 참가 마필이 1두만 남았을 때 정해진 경주거리를 혼자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미가 전이되어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일방적으로 우세하거나 타의 추종이 불가능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 기업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 현대차그룹과 GM대우가 독주하던 자동차 수출시장의 새로운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와 같이 사용하고 있다.

‘박차(拍車)’는 말을 빨리 달리게 하기 위하여, 승마화(乘馬靴)의 뒤축에 달려있는 톱니바퀴 등 이다. 여기에 어원을 두고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힘을 주어 촉진한다는 뜻으로 일이 더 빨리 진행되도록 더하는 힘 등에 사용된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다’의 경우가 예라 하겠다.

경마어의 일반어휘화는 경마나 말 관련어가 본래의 의미를 확장하여 일반어휘화 되어 비유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 관련어가 일반어휘화 되어 사회의 여러 분야에 쓰이는 것은 말과 인간과의 역사적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이다. 말은 역사적으로 인간과 밀접한 생활을 하였다.

말은 근대 이전까지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으며, 전쟁 때 기동력을 살리는 기마병은 중요한 군사력의 수단이었다.

말은 일상생활이나 군사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에서 긴요한 동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말과 관련 된 말들이 비유적인 용법으로 쓰임이 확대되어 일반어휘화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므로 고대부터 시작되었을 말 관련어의 일반어휘화가 현대어에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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