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 12간지에 따라 띠가 정해진다.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午年生)은 원기가 왕성하고 성격이 괄괄하다. 또한 남성적이고, 진취적이며,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말의 성격과 닮았다는 것이다. 말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남성이 말띠면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말의 이런 속성 때문에 정숙한 여성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성에게 말띠는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말띠 중에서 백마(白馬)띠는 남녀 모두 흉한 것으로 여겨 기피했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백마가 특출하기에 주목받은 것보다는 평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할 수도 있고, 또는 음양오행에서 흰색이 서쪽으로 음(陰)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피했는지도 모른다. 특히 역마수를 타고난 사람은 말처럼 늘 동서남북으로 돌아다니며 활동하게 된다고 여겼다.
우리는 현재 말고기를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우리 민족도 역사 이전의 시대에는 말고기를 즐겨 먹었다. 말은 살이 많고 연해서 인간의 영양을 보충하는 가축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말고기를 먹는 민족이 많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것을 즐겨 먹고 있다. 우리 민족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초까지 말고기를 즐겨 먹은 것으로 나타난다.12) 즉 태종 초에 제주 목에게 말고기 말린 것을 진상하지 말도록 명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세종 7년에는 말고기를 매매하고 있었다.
현재 식용으로 쓰지 않는 것은 말을 영마(靈馬), 신마(神馬)라 해서 신격시한 데에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육불식(馬肉不食)의 관습이 전승되면서 말고기는 그냥 버려도 먹지 않는다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었다. 한편 말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혼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중에서 신성한 백마가 신랑의 승마용으로 사용된다. 고려 충선왕 때에 혼례 때의 폐용으로 백마 81필이 있었으며, 민간에서도 혼례의식에 백마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혼례는 일생 최고의 경사스런 의식이다. 신랑은 보행이나 교자보다는 승마를 해서 당당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 때에 여려 종류의 말 중에서 백마를 최상으로 여겨 타고 간다. 그래서 신랑을 가리켜 백마랑(白馬郞)이라 부르게 되었다. 백마를 사용한 이유는 흰색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곧 백마는 흔하지 않으며, 색이 시야에 선명히 들어온다. 또 백색은 청정하며, 길상(吉祥)의 뜻이 있었기 때문에 혼례에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백마는 하늘의 뜻이고, 하늘의 중심은 태양이며, 태양은 남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있다. 따라서 천마사상과 관련지어, 백마의 사용은 흰색을 광명과 연결지어, 신성함 길조(吉兆)위대함을 지니게 된다. 옛날 왕이나 왕비의 장례의식(葬禮)에 높이 3m되는 대형 말 모양의 제구(祭具)가 행렬에 참가하였다.
이것은 죽산마(竹散馬), 죽안마(竹安馬)라고 한다. 두꺼운 널빤지로 정자형(井字型)의 틀을 짜고 네 귀에 구멍을 파서 말굽을 만들어 박는다. 그리고 다리를 만들어 맞춘 다음, 굵은 채로 말의 몸통을 만들어 종이로 바르고 잿빛 색칠을 한다.
여기에 말총으로 꼬리를 만들고, 눈알도 움직이게 하여, 마치 말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두 바퀴가 달린 수레 위에 세워 놓고 여사군(轝士軍)들이 끌고 가게 된다. 죽산마 2필이 앞에 가고 뒤에 죽안마 4필이 따라가는데, 만드는 과정이나 크기는 같다.
다만 죽안마는 죽산마와 달리 적마 2필, 백마 2필로 구성되어 있다. 고종과 순종의 국상시에 찍은 죽산마와 죽안마의 사진이 남아있으나, 왕조의 단절에 의해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예전의 선조들이 사용했던 갓집에도 천마상이 그려져 있다.
백마는 머리 몸 사지가 말의 모습이나, 다만 양쪽에 날개가 달려 있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그려져 있다. 결국 말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은 현실적 효용수단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지만, 말의 속성에 따라 다양하게 인식되었다. 곧 천마 숭배사상에 의해 천상과 지상을 연결시켜 주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마을 수호신격 또는 신의 사자(使者)로서의 신성한 동물의 모습을 지닌다. 그리고 하늘의 사신(使臣)으로서 중요한 인물의 탄생을 예시하는 예언자적 영물(靈物)로도 등장한다. 따라서 상서로운 동물상의 모습을 지닌다. 그리고 강인하고 뛰어난 동물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뛰어난 장수나 선구자등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