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가운데 발가락 하나로 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것은 보다 빨리 달리기 위해 말이 진화해 온 결과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더러브렛을 만들어낸 역사는 그 전에 말 스스로가 빨리 달리기 위해 진화해온 유구한 역사 속에서 보면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 앞다리와 뒷다리의 구조와 역할
그림 1-9는 말의 다리뼈와 인간의 뼈를 대조하여 보여 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말의 네 다리는 모두 이동을 위해 움직이지만 앞다리와 뒷다리는 다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구조의 차이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뒷다리는 몸을 앞으로 떠밀어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앞다리는 체중을 지탱하면서 뒷다리가 차낸 추진력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뜀틀을 뛰어 넘을 때의 동작을 상상해 보자. 다리가 차낸 추진력을 뜀틀을 짚는 팔로 받아 체중을 지탱하면서 그 추진력과 함께 몸을 앞으로 보낸다. 이 요령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 서 있는 모습에서 앞다리와 뒷다리의 균형을 확인한다
경매시장에서 2세마를 볼 경우, 가장 중요한 다리를 확인할 때는 서 있는 자세에 주의한다. 경주마가 서 있는 자세는 기본적으로 일정하다. 예를 들면 사진 1-6처럼 옆으로 세운 후 머리를 왼쪽으로 향하게 하고, 앞다리는 왼쪽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뒷다리는 왼쪽다리를 조금 뒤로 뺀 자세이다.
이 자세에서 네 개의 다리 길이와 굴곡, 비절과 구절의 각도, 발굽의 모양 등, 각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고 목과 어깨와 허리의 균형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때 마체 각 부분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면 말의 중심은 거의 한가운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말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똑바로 서 있는 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앞다리를 조금 뒤로 뺀 모습으로 서 있는 말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중심이 한가운데서 조금 뒤쪽으로 쏠리게 된다.
반대로 앞쪽으로 중심이 쏠려서 조금 앞으로 기운 자세로 서 있는 말도 있다. 이런 말은 다리의 균형이 잘 잡히지 않은 말이다. 그러면 당연히 잘 달리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부상이다.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네 다리 중에 어느 한 다리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유리다리라고 불리는 가는 다리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진다면 부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뒷다리의 비절 각도에 주의한다
다음으로 뒷다리의 비절 각도를 보자. 이 비절은 사람으로 치면 뒤꿈치에 해당한다. 말의 뒷다리는 고관절에서 무릎으로 이어지고 무릎에서 비절로 크게 굴곡을 이루며 이어져 있기 때문에 뒷다리는 많이 휘어 보인다. 이 선이 휘지 않고 쭉 뻗어 있으면 비절 각도가 얕아진다.
이런 비절을 직비절이라고 하는데 직비절의 말은 탄력성이 없어서 부상을 입기 쉽고 잘 달리지도 못한다. 더욱이 비절에서 구절까지는 거의 수직으로 중족골이 뻗어 있는데 간혹 이것이 앞으로 나간 말이 있다. 그러면 비절 각도가 깊어져서 부등호 기호처럼 꺾어진 느낌이 든다.
이런 비절을 곡비절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좋지 않다. 뒷다리의 발굽이 앞으로 나간 만큼 보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서 있을 때는 앞쪽의 뒷다리를 조금 빼고 서 있기 때문에 비절에서 구절로 이어지는 선은 조금 뒤로 빠진다.
이것은 자연적인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너무 바깥으로 나간 것은 부자연스럽다. 비절에서 구절로 이어지는 선이 뒤로 빠지면 밖으로 힘이 빠져나가 달릴 때 균형이 깨진다. 명마의 뒷다리를 보면 대개 그림 1-10처럼 둔부에서 내려 그은 수직선 위에 비절과 구절이 위치하게 된다. 이런 형태가 균형이 잘 잡힌 모습이다.
♣ 보우(Bow)는 굴건염에 걸리기 쉽다
앞다리는 인간으로 치면 팔꿈치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떨어져 나와 뻗어있다. 비절이 발목에 해당하는 것처럼 앞무릎 부분은 손목에 해당한다. 앞다리는 보통 거의 똑바로 뻗어 있는데 무릎관절을 중심으로 다소 굴절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사진 1-7의 시호크의 사진을 보면 앞다리의 무릎에서 아래쪽이 몸 안쪽으로 휘어 있다. 사진 1-4의 텐포인트의 다리를 살펴보자. 역시 무릎에서 아래가 몸 안쪽으로 휘어 있는데 이렇게 휜 것은 결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 모습이 튼튼하고 좋은 골격이다.
사진 1-4의 오른쪽의 1세마의 사진을 보자. 원래 말의 다리는 태어났을 때는 이렇게 휘어 보이지만, 그 후 성장하면서 곧아지는 말이 많다. 그러나 아래 사진처럼 곧아지지 않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진 1-5의 토쇼보이의 앞다리에 주목해 보자.
미묘하게 앞으로 휘어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무릎을 중심으로 활처럼 안으로 휜 다리를 보우(Bow)라고 하는데, 이렇게 휜 것은 좋지 않다. 보우는 굴건염에 걸리기 쉽다는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굴건염이란 관부 뒤쪽 근육 (굴건)이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걸리면 잘 낫지 않는 매우 치명적인 병이다. 토쇼우보이의 자마들에게는 약간 보우로 보이는 말이 많다. 이렇게 좋은 말이 왜 달리지 못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앞다리의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말도 적지 않다.
♣ 앞다리에 가해지는 부담
앞에서 말의 질주를 설명할 때 뜀틀을 예로 들었는데 뜀틀에 팔을 짚을 때는 팔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이다. 뜀틀에서는 그 힘을 양손으로 받고 있지만 말이 달릴 때는 그 힘이 앞다리 하나에만 쏠린다. 말의 앞다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앞다리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잘 단련되어 늠름한 체형을 한 미호노부르봉도 앞다리의 굵기는 다른 말과 별 차이가 없다. 관부의 둘레는 겨우 21〜22cm일 정도로 가늘다. 그러한 앞다리에 튼튼한 허리가 차낸 강력한 추진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역시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깃카쇼(菊花賞)21)경주 후에 앞다리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되는 어깨 파행이 생겼는데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복귀할 수 없었다. 미호노부르봉과 달리 가볍게 달리고 있던 비와하야히데도 앞다리를 다쳐서 은퇴했다.
라이스샤워22)에게 일어난 비운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상 최강마라고 불렸던 심보리루돌프도 은퇴의 계기는 앞다리의 부상이었다. 제아무리 명마라도 부상과 무관할 수는 없다. 더러브렛과 비교하면 아랍말23)은 튼튼하고 부상도 적다. 그러나 속도는 한 세대 뒤쳐져 있다.
유리 다리에 대한 불안은 오로지 속도만을 추구해온 더러브렛이 가지는 아름답지만 슬픈 숙명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