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게 허리는 중요하다. 경매시장에 나온 2세마를 볼 때는 물론이고 패독에서도 걸음걸이가 좋은 말이 눈에 띄면 반드시 허리를 주목한다. 이런 말들은 예외 없이 앞으로 설명할 좋은 체형을 갖추고 있다.
♣ 허리가 빈약하면 경주에 출전하기 어렵다
앞서 전체의 균형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경우 허리란 정상적인 허리부분에서 엉덩이와 둔근, 사타구니 상부를 포함한 부분을 일컫는다. 그리고 허리폭이란 그림 1-6과 같이 허리에서 엉덩이 끝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허리가 빈약하다는 것은 허리폭이 좁다는 의미이다.
허리폭은 골격에 의해 정해지므로 성장해서 근육이 붙더라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허리폭이 좁은 말은 절대로 크게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깨폭의 80%가 허리폭의 기준이지만 어깨와 허리가 좁은 경우에는 더 볼 필요도 없다.
어린 말은 근육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리가 빈약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허리폭을 확인하고 근육이 붙으면 멋진 체형이 될 것을 상상한다.
만약 봄에 열리는 클래식 레이스 패독에서 그렇게 느낀 말이 있다면 가을에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기다려질 것이다. 여름 한철 지나서 기대한 대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쁠 것이고,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라면 본격적인 활약은 아직 멀었다고 보면 된다.
♣ 근육의 상태에서 허리의 발달상태를 본다
허리의 발달 상태가 좋다고 자주 하는데 이것은 우수하고 뛰어난 소질을 발휘할 수 있거나 훈련에 의해 능력이 잘 다듬어진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발달상태를 평가할 때 허리에서 사타구니로 이어지는 근육의 상태를 본다.
이 부분은 특히 근육이 발달된 부분으로 패독에서 보아도 걸음걸이에 맞춰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발달 상태가 좋은 말은 요천골관절과 허리 사이에 뚜렷하게 경계선이 보이며, 사타구니 근육이 발달로 둔부와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정지한 상태에서도 허리와 사타구니 부분의 근육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런 상태를 허리의 발달상태가 좋다고 하며 완성도와도 관련이 있다. 살이 찌면 근육 주위에도 지방이 붙기 때문에 근육이 뚜렷하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본적인 근육이 발달되지 않은 말은 최고의 마무리 상태라고 해도 근육의 완성도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사진 1-5의 토쇼보이를 살펴보자. 유연하면서도 적절하게 잘 발달한 강인한 근육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더러브렛의 근육이다. 그 아래 사진은 미호노부르봉15)이 더비 때 패독을 도는 모습이다. 4세마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다.
허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어 앞에서 보아도 부피감이 느껴져 마치 철도에 놓인 전차처럼 보인다. 근육이 이정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속도에서 다른 말이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경마 전개가 가능했을 것이다.
근육의 발달상태는 소질뿐만 아니라 체형과 체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러한 체형은 단거리마와 더비의 강호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힘은 있지만 더러브렛다운 유연함이 부족해서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 엉덩이 각도에서 기울기를 본다
엉덩이 각도는 요골이 솟은 부분에서 꼬리까지의 기울기, 즉 선추의 경사상태를 말한다. 모든 말은 이 부분이 처져 있지만 잘 보면 그 형태는 다양한데, 엉덩이 각도가 누운 쪽이 바람직한 체형이다. 이는 선추의 경사가 보다 크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꼬리의 위치가 비교적 낮아진다.
반대로 각도가 완만한 경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는 이른바 소 엉덩이 같은 형태인데 엉덩이 각도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솟은 것처럼 보이는 허리는 최악이다.
그러면 왜 엉덩이 각도가 누워야 능력이 뛰어날까. 이것은 필자의 추측인데, 선골이 쳐져 있는 편이 달릴 때 뒷다리를 앞으로 내딛는 동작에서 보다 깊게 내딛을 수 있다. 따라서 보다 날렵한 추진력을 기대할 수 있으며, 결정적인 승부수를 가지고 뒷심이 강한 질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말 중에 뒷심이 가장 뛰어난 말은 미스터시비16)였다. 이 말의 엉덩이 각도는 누워 있다. 한편 미스터시비에 이어 그 다음해 3관마가 된 심보리루돌프17)와 3관마끼리 펼쳐진 꿈의 대결에서는 미스터시비의 완승이었다. 심보리루돌프의 허리는 완만하게 내려가서 미스터시비 만큼 누워있지 않다.
허리뿐만 아니라 심보리루돌프의 체형은 전체적으로 유연하다. 목에서 어깨로 흐르는 선과 등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선이 부드럽다. 유연성은 심보리루돌프가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처음부터 끝까지 평균적으로 빨리 달리는 능력)에서는 심보리루돌프가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인 엉덩이 각도면만 보면 역시 미스터시비가 낫다고 본다.
심보리루돌프처럼 속도를 갖춘 명마의 예로 토쇼보이18)를 들 수 있다. 그림 1-5를 다시 한 번 봐 보자. 역시 엉덩이 각도는 비교적 완만하다. 미스터시비의 부마이지만 이 점은 닮지 않았다. 그리고 속도로 밀어붙였던 미호노부르봉19)의 엉덩이 각도도 역시 완만하다.
원래 단거리는 속도를 낼 수 없으면 경쟁을 할 수없다. 그다지 지구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모든 말이 처음부터 달려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한 뒷심이 장점이었던 니혼피로우이나20)의 엉덩이 각도를 보면 역시 누워 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물론 엉덩이 각도가 완만한 명마는 많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각도면 문제없다. 그러나 필자는 미스터시비와 같은 엉덩이 각도를 좋아한다. 보다 날렵한 엉덩이 각도에 끌린다.
♣ 뼈와 근육이 어우러져 힘이 넘치는 질주를 실현한다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지만 뼈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 뼈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근육이다. 뼈를 움직이게 하는 속도와 힘은 근육의 발달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근육은 뼈 주위에 붙은 것으로 뼈의 형태에 따라 근육발달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허리가 빈약하면 명마가 될 수 없다. 뼈의 형태는 근육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한다. 뼈의 길이에 따라 보폭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뼈의 각도에 따라 관절이 벌어지는 범위가 정해지는데 이것도 보폭을 좌우한다. 허리의 각도와의 관계도 여기서 기인한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그리고 뼈의 형태와 각도에 따라 달릴 때에 지면에서 받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다르다. 이러한 충격의 완화 정도는 튼튼한 뼈와 함께 말이 격렬한 경주에서 질주를 얼마나 버틸 수 있도록 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다치지 않는 말이 명마라는 말은 이런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