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 나온 말 중 지목한 말을 보고 싶다면 그 말이 있는 마사 관리인에게 부탁하면 마사에서 말을 꺼내 준다. 말이 나오면 우선 정지시켜서 측면에서 서 있는 모습을 본다. 여기서 얼핏 보았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이상 보지않는다.
그것으로 불합격시키고 다음 마사로 간다. 이 판단은 다분히 직감적인 것이지만 물론 그 직감에는 근거가 있다. 결점이 있다면 얼핏 봐도 바로 눈에 띄기 때문이다.
♣ 말 전체의 균형이 평가 기준
그러한 결점들은 대부분 마체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과 어깨, 어깨와 허리, 몸통과 다리의 균형이 잘 잡히지 않은 경우는 바로 탈락시킨다. 허리와 다리 등 마체 일부의 결함을 발견하여 평가를 끝내는 경우도 있다.
목, 어깨, 허리, 피부, 다리, 가슴 등 각 부분에는 그 나름대로 몇 가지 보는 관점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에 대해 좋고 나쁘다는 등의 판단을 할 수 있다. 말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 정도의 판단도 한눈에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초보자는 마체의 각 부분을 자세히 보면서 보는 눈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사이 세세한 부분까지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고 미묘한 차이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부분을 보더라도 항상 전체를 보는 관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마는 목으로 달린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몸 전체로 달리고 있다. 목만으로 달리거나 허리만으로 달리지 않는다. 따라서 말을 볼 때는 전체의 균형이 평가 기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어느 부분을 어깨와 허리라고 하는가
전체적인 균형을 볼 때 중요한 요소는 어깨와 허리이다. 이것이 말의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지 미리 말해 두고자 한다. 그림 1-2마체의 각부 명칭에서와 같이 허리란 학술적으로는 요골(선결절)바로 앞의 매우 좁은 부분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경마관계자가 말을 보면서 허리가 빈약하고 할 때 허리란 그림 1-2의 마체에서 본 명칭 그림처럼 좀 더 넓은 범위를 가리키고 있다. 즉 허리에서 엉덩이, 둔부, 사타구니 상부를 가리킨다.
더욱이 골격도를 보면 경마관계자가 요골이라고 하는 부분은 관골의 끝으로 선결절 부분이며 요추는 아니다. 그런데 인체에 대한 명칭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말의 골격도와 인간의 골격도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인간의 경우도 관골 선골 미골을 합친 골반 부분, 뒤에서 보면 엉덩이 부분을 허리라고 부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리가 굵다고 하면 관골의 좌우 폭이 넓다는 의미로, 경마관계자가 말의 허리에서 엉덩이 부분을 허리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서에서 포괄적으로 허리라고 할 경우에는 경마관계자들이 말하는 허리를 의미한다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좁은 의미의 허리라고 할 경우에는 별도의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어깨는 그림 1-2마체의 명칭에서 표시한 부분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깨와 허리의 균형 등이라고 대략적으로 말할 때에는 어깨와 함께 앞가슴 부분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동작의 흐름을 중시하여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허리가 원동력이 되어 도약하는 뒷다리의 박차를 앞다리가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앞다리의 움직임은 어깨와 가슴의 근육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어깨는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가슴을 제외한 마체의 명칭에서 표시한 어깨부분을 말한다.
♣ 전구(前軀)의 균형 어깨와 허리의 균형
필자가 말을 볼 때 맨 먼저 확인하는 것은 목에서 어깨를 포함한 전구(前軀)의 균형이다. 자세히 보면 말의 목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목이 길고 가늘다면 그 목에 어울리는 어깨인지를 본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어깨가 고추선 듯한 목에 어울리는 어깨인지를 본다. 가는 목은 누운 어깨에서 쭉 뻗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균형을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전구(前軀)와 후구(後軀)의 균형을 확인한다. 즉 어깨와 허리의 균형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깨 크기는 대부분 마체의 크기와 비례해 결정되는 것으로 필자가 보기에는 거의 일정한 것 같다. 그에 비해 허리는 다양하다. 몸이 큰데 비해 허리가 빈약하거나 필요이상으로 허리가 큰 말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어깨와 허리의 균형을 살펴 볼 때에는 어깨를 기준으로 허리 크기를 평가한다. 어깨를 볼 때에는 기갑에서 앞가슴까지를 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려본다. 허리 크기는 허리에서 둔부를 지름으로 하는 원이다. 필자가 말을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이 두 부분의 크기를 비교한다.
물론 실제로 재지는 않지만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직감이다. 그리고 어깨 크기를 10이라고 하면 허리 크기는 8이다. 이것이 이상적인 체형으로 허리 크기가 7이어서는 곤란하다. 허리가 빈약한 말이 잘 달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허리 크기가 9여서도 안 된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다만 이것은 측면에서 볼 경우의 균형을 말한다. 오해하지 않도록 덧붙이자면 말을 바로 위에서 보면 오히려 허리가 어깨보다 크다. 이때 허리를 10이라고 하면 어깨는 7정도이다.
♣ 패독에서는 다양한 균형을 보이는 말이 있다
이러한 비교는 성장과 훈련에 의해 근육이 붙어 가면 한층 뚜렷해진다. 패독에서 말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도 패독은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패독에 나온 말은 모두 혈통이 우수한 말이고 선별된 더러브렛이지만 잘 보면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모습의 말들이 있기 때문에 허물없는 친구와 패독에서 말을 볼 때는 품평하는데 여념이 없게 된다.
“좋은 말인데. 더러브렛의 견본처럼 아름다운 말이야”할 정도로 넋을 잃게 만드는 말이 있는가하면, 그 중에는 “저것 좀 봐봐. 말들 사이에 소가 걷고 있어”, “왠지 하이에나처럼 보이는 말이 있네”, “저건 세퍼드잖아”, “완전 코끼리군”등등, 마주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되는 가차 없는 비평을 쏟아내게 하는 말이 있다.
이런 비유는 더러브렛으로서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그것은 경주 당일의 마무리 상태와 그 말의 움직임등도 포함된 느낌이다.
예를 들어 소 같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등이 긴 체형의 말로, 허리에서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선이 둔해서 엉덩이가 뛰어나온 느낌을 준다. 그런 체형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느낄 수 없고 아무리 봐도 둔하게 보인다.
그리고 하이에나처럼 보이는 말은 어깨에 비해 허리가 빈약한 체형으로, 이런 말은 어깨와 마찬가지로 머리와 목도 필요 이상으로 튼실하기 때문에 허리가 쳐져 보인다. 즉 엉덩이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체형으로 아무리 봐도 허리에 힘이 없어 보인다.
세퍼드처럼 보이는 말은 골격이 전체적으로 빈약해서 배에도 여유가 없고 아랫배가 사타구니 사이로 일직선으로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이런 말의 걸음걸이는 몸 전체를 앞으로 힘차게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발끝으로만 걷는 것 같은 불안하고 힘없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날씬한 체형이지만 필요이상으로 마른 말에게서도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반대로 코끼리처럼 보이는 말은 전체적으로 너무 체형이 크다. 힘 있는 단거리마의 경우에는 확실히 전구나 후구도 크고 다부진 모습이지만 필요한 부분에 알맞게 근육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코끼리처럼 보이는 말은 근육이 펑퍼짐해서 분명치 않다. 말은 측면에서 보면 다부지게 보이지만 앞이나 뒤에서 보면 이외로 부피감이 없다. 그런데 코끼리처럼 보이는 말은 필요 이상으로 부피감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둔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체형은 겨울철이나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난 말에게서도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체형을 한 말 중에 명마는 없다. 소질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고, 비록 그 날은 잘 달리더라도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기대 하기는 어렵다.
그 경주를 끝으로 앞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서 승군을 한 후에는 그 말의 마권을 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결정도 패독에서는 필요하다.
♣ 체고(體高)와 체장(體長)의 균형
더러브렛은 목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발굽 끝까지의 길이를 나타내는 체고(體高)와 앞가슴에서 둔단까지의 길이를 말하는 체장(體長)의 길이가 같은 것이 이상적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몸통이 상당히 짧은 말이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는 체고보다 체장이 짧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리 보아도 장거리에 적합해 보이는 몸통이 긴 말이란 느낌이 든다. 따라서 체고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단거리마는 체장이 다소 짧고, 장거리마는 그 반대이다.
근육이 잘 발달한 단거리마와 날씬한 장거리마는 체고보다 체장이 짧은 말과 체장이 긴 말로 나뉘는데 그것은 단순히 말이 주는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 종마로 활약하는 말은 장거리마와 단거리마로 나뉘더라도 모두 명마로, 종마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말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체고와 체장이 거의 같을 것이다. 다리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는 체고가 체장보다 길 것이다.
♣ 부마와 닮았는가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얼핏 보았을 때 부마를 닮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을때도 있다. 부마를 닮았다는 것은 부마의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증거이다. 반대로 닮지 않았다면 부마에게 물려받은 재능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부마를 닮은 말들은 예외 없이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내지만, 닮지 않은 말 중에는 잘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수입 종마인 샌디 사이렌스1)가 그 자마들의 활약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모든 자마가 부마의 체형을 빼닮았다.
그 중에서도 후지기세키2)가 부마를 제일 많이 닮았다. 사진1-2의 나라타브라이언3)은 프라이언즈타임4)의 자마인데 부마와 비교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다리는 조금 짧지만 체고와 체장의 길이가 거의 같고 매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리고 어깨와 허리의 균형을 보면 10대 8. 5정도이다. 일반적인 균형보다 허리폭은 넓지만 목과 어깨가 연결되는 부분이 굵어서 결코 허리가 커 보이지 않고, 앞모습이나 뒷모습이 빈틈없이 균형이 잘 잡혀있다. 이런 부마의 이점을 나리타브라이언은 모두 물려받았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모마가 같아도 부마가 다르면 체형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리타브라이언의 형인 비와하야히데(사진 1-2)를 살펴보자. 나리타브라이언은 얼굴이 작은 것이 특징인데 비와하야히데는 얼굴이 길다. 얼굴뿐만 아니라 목과 다리 그리고 몸통도 길다.
그리고 비와하야히데는 부마도 닮지 않았다. 부마인 샤르드는 얼굴이 짧고 몸통과 목도 굵고 짧다. 어깨와 허리가 다부진 마이라 계열의 체형이다. 비와하야히데가 3세였을 때에는 부마의 생김새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그 후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샤르드의 부마 카로5)는 장거리에 적합한 대형마였기 때문에 그 혈통을 이어받았거나 모마를 닮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점에서 비와하야히데는 부마를 닮지 않아도 잘 달린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말이다. 다만 그런 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
♣ 경매시장 마사에서 본 2세마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진 1-3의 위의 말을 보자. 이 말은 미국 경매시장에서 본 2세마인데 언뜻 보았을 때 균형적인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고 피부도 얇고 몸도 유연해 보인다. 어깨의 각도는 누워있고, 그 어깨로부터 자연스럽게 목이 뻗어있다.
이 말은 노던댄계6) 혈통인데 어깨의 근육은 성장하면 더욱 훌륭해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어깨에 대한 허리폭도 충분하고 형태도 좋다. 더욱이 다리가 너무 길지도 않고 체고와 체장의 균형도 잘 맞는다. 사실 이 말은 필자가 잘 아는 마주가 낙찰을 받았다.
그 후 일본으로 와서 런홀테7)라는 명마로 중앙 경마에 데뷔하였다. 신마경주에서는 늦발주로 4착을 했지만, 두 번째 출주에서는 1998년 텐노쇼(天皇賞)8) 2000m경주에서 우승한 오프사이드트랩9)을 5마신 차로 따돌리고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후 경주 중에 발생한 사고에서 부상을 당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처음 사진은 전미 챔피언 에이피인디10)의 2세 때의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쭉 뻗은 아름다운 목선을 주목하기 바란다.
기갑, 등, 허리로 이어지는 선도 완만하고 근육이 적절하게 잘 발달해 있으며, 기갑에서 가슴까지 이어지는 어깨선도 무척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목, 어깨, 등, 허리 등의 주요 부분의 균형이 매우 잘 잡혀 있고, 그 부분들을 잇는 선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이 이 말의 장점이다.
어깨폭과 허리폭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실로 이상적인 체형의 말이다. 다만 발목이 짧고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 잔디코스보다 더트코스에 잘 맞기 때문에 미국 더트코스의 제왕이 되었다. 밑에 있는 조금 통통한 2세마 사진을 보면 몸의 선은 낙낙하지만 조금 문제가 있다.
에이피인디와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는데 목이 짧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갑에서 앞가슴까지 살이 쪄있고 땅딸막해서 에이피인디와 같은 유연한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장래의 늠름한 체형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훈련을 받아 몸이 만들어진다면 나아지겠지만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비교해 보아도 말의 체형에는 각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