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말의 체형의 차이는 뚜렷하다. 그러나 같은 경주마끼리 비교해서 그 차이를 구분하려고 하면 좀 더 구체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는데, 이제부터 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말을 볼 것인가. 대부분의 경마 팬들이 경주마를 가까이에서 보는 장소는 패독이다.
필자도 오랜 기간 그렇게 해 왔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약 10년 전부터 경매시장에서 2세마를 보면서 더러브렛의 체형을 찬찬히 볼 기회를 얻었다.
♣ 패독과 경매 시장에서 말을 보는 시각
패독에서 출주마를 보는 것과 경매시장에서 2세마를 보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말을 관찰하는 시간부터 다르다. 출주마가 패독을 도는 시간은 겨우 15분인데 그 사이에 10여 두의 말을 살펴봐야 한다.
성적과 조교를 비롯한 출주마들의 능력은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패독에서 말을 볼 때는 그날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의미가 강하다. 패독은 말의 체형을 찬찬히 살펴보는 장소는 되지 못한다. 반면에 경매시장에서는 차분하게 말의 체형을 볼 수 있다.
혈통 등에 따라 어느 정도 기대는 하지만, 능력은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체형과 모습에서 소질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완성 상태인 2세마를 보기 때문에 현재의 골격에서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소질을 판단한다.
이른바 보석의 원석을 음미하는 감각으로, 이미 상품으로 전시되고 있는 패독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말을 본다. 다만 상품을 판별하고 평가 할 때 생산과 구입에서 길러진 안목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경매시장에서 많은 2세마를 보아 둔 경험이 패독에서 출주마를 볼 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신마경주 등 어린 말이 나오는 패독에서 소질이 있는 말을 발견했을 때 기쁨은, 경매시장에서 좋은 말을 만났을 때 기쁨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는 필자가 경매시장에서 2세마를 보는 관점과 순서를 소개하고 러브렛의 체형과 패독에서 말을 보는 시각도 소개하겠다.
♣ 경매시장에서 말을 본다
필자가 잘 아는 마주에게 부탁을 받아 2세마를 보러 가는 곳은 국내는 주로 홋카이도이며, 해외는 미국 켄터키주 킨랜드에서 열리는 세계최고 수준의 1세마 경매인 이어링 세일에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그 외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경매도 보았다.
경매시장에서 말을 볼 때는 우선 사전에 말의 명부를 보고 종모마와 종빈마의 혈통을 검토해서 뛰어날 것 같은 말을 선발한다. 이어링 세일의 경우라면 500두 가까운 말 가운데 약 70두 정도를 골라낸다.
경매장 근처에는 경매에 내놓을 말의 마사가 있고 경매가 열리기 1주일 정도 전에는 이미 말들이 입사해 있기 때문에 현지의 에이전트에게 의뢰해서 골라놓은 70두를 미리 보고 ABC로 순위를 매겨 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30두 정도가 걸러진다.
필자와 일행은 경매가 시작되기 2〜3일 전에 현지에 가서 남은 40두의 말을 순서대로 본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마사를 돌아다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도록 일행과 떨어져 개별적으로 말을 보러 다닌다. 그리고 나서 그 결과를 일행과 비교해 가면서 25두 정도를 고른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수의사의 진찰을 거쳐 최종적으로 20두 정도를 골라낸다. 그 후에는 마주와 함께 경매시장에 가서 합당한 가격의 말을 낙찰 받는다. 2세마를 낙찰 받는 순서는 대충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