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성질은 경주마의 능력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이다. 경매시장에서 2세마를 평가하는데도 중요한 관점이다. 그리고 말의 성질은 마사에서 끌려 나와 우리 앞에 선 모습을 보여 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 온순한 성질이 가장 중요하다
구미의 경우에는 경매시장에 내놓는 2세마도 상당한 훈련을 받은 말이기 때문에 마사에서 끌려 나온 말은 대개 얌전하게 따라 나오고, 지시하는 대로 멈춰 선다. 말이 순응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성질 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그러나 말 중에는 좀처럼 관리인의 말을 듣지 않고 고삐를 풀려고 하거나 멈추지 않고 날뛰는 말도 있다. 이런 말을 보고 힘이 넘친다는 식의 평가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말 할 것 없이 불합격이다. 경주마를 살 때는 그 말이 사람이 시키는 훈련을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훈련을 견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종적이어야 한다. 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온순함이 있기 때문에 경주마를 훈련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주에 나가서도 기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계속 제지당한다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 아름다운 동작은 그 말의 영리함을 말해 준다
말은 원래부터 매우 순종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랜 역사속에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어떤 말이라도 대개는 관리인의 말을 잘 따른다. 똑같이 지시에 따라 멈춰서거나 걷고 있더라도 그 말 자체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
더러브렛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앞에서 설명하였는데 걸을 때도 부자연스러운 느낌 없이 미끄러지듯 걷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체형과 몸의 유연성에 따라 좌우되는데 거기에는 정신적인 영향도 크다고 본다. 아름답게 다시 말해 움직이는 말은 성격도 온순하고 영리하다.
이 생각을 패독에서 말을 볼 때도 마차가지이다. 큰 경주에서 승리하는 말은 패독에서 보아도 기품과 박력이 있다. 다른 말과는 격이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패기는 육체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뛰어난 정신력을 나타낸다.
♣ 성질이 나쁜 말 · 겁이 많은 말
날뛰면서 관리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말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겉보기에는 지시에 따르는 것처럼 보여도 성격이 나쁠 것 같은 말도 있다. 지시를 따르는 속도에 무리가 있다거나 적당한 장소까지 걸어가서 방향을 바꾸게 하려고 하면 주춤거리거나 하는 동작을 보면 유순한지를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걷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고 왠지 둔한 인상을 주는 말은 머리가 나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눈매만 봐도 성질이 나쁠 것 같은 말도 있다. 그런데 성질은 나쁠 것 같지 않아도 매우 겁이 많은 말이 있다.
마사에서 끌려 나왔을 때 겁먹은 것처럼 보인다. 주위에 말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고 자동차도 다니므로 불안해한다. 이런 말들은 갑자기 조금 큰 소리가 나면 겁에 질려 날뛰기도 한다. 말은 원래 겁이 많은 동물이지만 경주에서는 나름대로 배짱도 필요하므로 너무 예민한 말은 경주마에 적합하지 않다.
♣ 승부근성은 한 마리만 있을 때는 알 수 없다
경주마에 적합한 기질로 뛰어난 승부근성을 들 수 있다. 상대와 치르는 경주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말은 한 마리만 있을 때는 좀처럼 근성을 내보이지 않는다. 한 마리를 더 데려와 같이 세워 놓으면 알수 있지만 경매시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 말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늘 생각해야 하지만 그것을 간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목장에서 어린 말을 보면 무리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각각의 근성을 잘 알 수 있다. 말의 집단에서 한 마리가 선두에 서고 다른 말들은 모두 우두머리 말을 따라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말들을 인솔하는 우두머리는 기질이 강한 말이다. 배짱과 통솔력이 있고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투지를 갖추고 있다. 물론 우두머리 기질이 있는 말이 경주마로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심보리루돌프는 육성목장에 있을 때 집단에서 몰이 운동을 하면 다른 말을 제치고 선두에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달리는 타입이었다고 한다. 어떤 말에게든 지지 않으려는 우두머리 타입의 강한 기질은 경주에서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
♣ 말 무리에서는 우두머리지만 인간에게는 순종
필자는 대단한 우두머리 말을 한번 본적이 있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 갔을 때였다. 2세마 방목장을 보러 갔는데 그 친구가 암말 한 마리를 가리키며 “이 말을 잘 살펴봐. 아주 대단한 녀석이야”라고 말했다.
풀잎이라도 조금 줘 보라고 하기에 풀을 뜯어서 내밀자 암말이 다가와서 스스럼없이 먹었다. 이번에는 곁에 있던 말에게 풀을 내밀었다. 그러자 풀을 먹으려고 머리를 내민 말을 암말이 옆에서 걷어차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필자가 내민 풀을 가로 채고는 흡족해했다.
그렇게 하고 있자니 다른 말들도 필자 쪽으로 다가오다가 암말을 보고는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 왜냐하면 그 암말이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태연하게 그 자리를 벗어나 다른 쪽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말에게 풀을 주려고 해 보았다.
그러자 암말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는 멀리서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풀을 받아먹으려던 말은 겁에 질려 도망쳐 버리고 풀은 또 암말의 차지가 되었다. 좀 달리게 해보자며 친구가 크게 손뼉을 치자 말들이 일제히 달려갔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암말이 선두에 서서 앞지르려는 말이 나오면 가차 없이 위협을 가했다. 심술궂은 말이지만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다른 말들은 암말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 말이 달리는 쪽으로 다른 말들이 모두 쫓아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두머리는 무리 속에서는 기세등등해도 인간에게는 한없이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말에 푹 빠졌다. 그 후 간사이(関西)에 들어갔는데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