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제대로 알기

지금까지 경매시장에서 말을 보는 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패독에서 조교가 잘 되고, 패기가 넘칠 뿐 아니라 앞서 설명한 점들과 딱 들어맞는 말을 발견했을 때는 참 좋은 말이라고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 말을 볼 때는 미래를 내다 봐야한다

경매시장에 나온 2세마를 볼 때 미래를 상상하며 평가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2세마뿐만 아니라 패독에서 출주마를 볼 때에도 역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마경주는 물론이고 4세마가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고 가을로 접어들수록 눈부시게 성장해가고 나이가 들어도 성장은 계속 된다.

경주마가 육체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5세 가을이라고 하는데 성장하는 것은 육체뿐만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성장이 완성단계에 이르는 시기의 경주마는 나이가 6세나 7세가 되도 체중을 늘려 마체가 커진다.

따라서 패독을 볼 때는 오늘 경주의 우승마 뿐 아니라 오늘은 우승하지 못해도 다음 경주의 우승 후보마, 그리고 대상경주에서 우승 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말을 찾으면서 보면 경마는 훨씬 더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면 1994년 아사히 3세 스테이크스에서 필자는 후지키세키를 후승후보마로 점찍었는데, 복병이라고 생각했던 스키캡틴31)이 출주마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산마가 아니었다면 4세 클래식 경주에서 우승했을 것이다.

이 말은 긴 목이 매우 유연하고 등의선도 완만하여 아름다우며 몸의 움직임이 무척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허리가 멋지게 생겼는데 엉덩이 각도가 누워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어깨가 누워있고 몸통이 길어서 1600m 경주에서는 후지키세케가 우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일찌감치 미국원정을 결정했는데 이 정도의 말이라면 미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 본다. 메지로마크인과 같은 명마가 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 좋은 말은 계속 변한다

하지만 모든 말이 기대만큼 성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예상외로 성장한 말도 있다. 최근의 비와하야히데는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비와하야히데를 처음 본 것은 3세 가을이었다. 간사이(関西)최고의 명마라고 들었지만 조교에서는 형편없이 달리지 못했다.

필자가 봤을 때는 목이 두껍고 어깨와 허리도 발달해서 포동포동한 모습이었다. 근육이 발달해 있으므로 단번에 치고 나가는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땅딸막한 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힘 있는 단거리마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4세 클래식 경주를 치르는 동안 이 말은 계속 변해갔다.

4세 가을에는 ‘이런 말이 아니었는데 ’하고 머리를 갸우뚱거릴 정도로 몸통이 길어지고 몸도 유연해졌다. 원래 얼굴이 크다는 지적도 받았던 말이었는데 몸이 커지면서 얼굴 크기가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처럼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대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성공하는 말은 변한다. 첫인상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말은 드물기는 하지만,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명마의 모습이 되어간다. 도쇼보이32), 심보리루돌프, 메지로마크인도 변하면서 성공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우승하지 못하는 말은 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변화가 적고 아름다움과 박력도 베어나지 않거나 나쁘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의 박력과 유연함을 잃고 눈에 띄지 않게 되면 평범한 성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 아랍계말에 대해서

필자가 경매시장에서 보는 것은 더러브렛 뿐이지만 더러브렛의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경주마의 3대 시조33)라고 일컬어지는 세 마리의 아랍계말이 있다. 아랍계말은 더러브렛의 원종이다.

3세기에 걸쳐 빨리 달리는 것을 목적으로 계속 계량되어 온 더러브렛에 비하면 속도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힘과 지구력에선 오히려 뛰어나다. 마체는 더러브렛보다 작은 말이 많고 몸통도 짧은 체형이 많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말을 보는 법은 더러브렛과 같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독자가 말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필자로서는 기쁠 뿐이다. 중앙경마는 전국에서 10곳, 지방경마의 경우에는 30곳의 경마장이 있다. 그곳에서 패독을 돌고 있는 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모두 경마 관계자에게 선발된 우수한 말이다.

다만 패독은 경매시장은 아니다. 마무리 조교와 패기 등 패독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다음 장에서는 그 점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